지워버린 고등학교 다닐 적 사진들을.
지난 해, 갑작스레 던지신 선생님의 부탁에.
그 시절의 기억들을 모으기 시작했다.
우연찮게 동창들과 연락하고 또 만남까지도 약속할 기회가 되었다.
역시나 내게 선생님이란...하며, 흐뭇하게 웃었다.
나도 알고, 그들도 아는 이유에서.
내게만 감춰온, 추억 조각들을 여기저기에서 받을 수 있었고.
사진, 글 귀, 쪽지조각까지 하나하나 정성들여 읽고 또 느껴보았다.
온 몸에 소름이 돋았고, 그 시절, 그리고 그 친구.
꼭 한 번만 돌려달라 아무도 듣지 못할 외침만 속으로 되뇌였더랬다.
이 날, 역시 생생하게 떠오른다.
선생님.
그야말로 나의 스승이고 나의 어머니.
유독 나만 자극하고, 나에게 좀 더 철저하고.
나로부터 소중한 것을 잃은 피해자이기도 하고.
하숙집 아주머니나 아주 집착적인 형사같기도 하였고.
어머니보다 좀 더 친구같고 친구보단 조금 더 기댈 수 있는.
무언지 단정지을 수 없지만 어딜 간대도 무얼 한대도 망설임 없이 따를,
믿음과 의리, 그리고 사랑으로 찬 소중한 인연이다.
이런 잡생각으로 오늘 또 한번 기억들이 스물스물 떠오르게 만들어 준 사진 제공자.
짝꿍에게 감사할 따름이다. 이런 것 조차 소중히 간직하여 남겨두어 줘서.^^
이 뿐 아니라, 기억을 더듬을 수 있는
그 무엇이라도 보고 싶고, 듣고 싶고, 또 읽고 싶다.
이제는 어른스럽게 꼼꼼히 다 읽어낼 테니.